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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의 탄생과 문화적 배경

by 유치원장 2025. 4. 16.

오렌지족,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네가 90년대를 살았든 아니든, ‘오렌지족’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서울 압구정 일대를 활보하며 유행과 소비를 이끈 젊은 부유층, 바로 그들. 유튜브 채널 크랩에서 공개한 1993년 영상 속 그들의 모습은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여전히 우리에게 화제를 던지고 있다. 오늘은 이 콘텐츠를 바탕으로, “오렌지족,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주제 아래 오렌지족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자 한다.

'오렌지족'의 탄생과 문화적 배경

오렌지족이라는 단어는 90년대 초, 주로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중심으로 유행을 선도하던 부유한 20대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들은 외제차를 몰고 유행하는 브랜드 옷을 입으며, 해외 유학 경험이나 영어 실력을 과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의 상징적인 패션 아이템, 고가의 자동차, 그리고 마치 외국처럼 나긋나긋한 말투까지도 '오렌지족'이라는 이름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오렌지’라는 단어는 미국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 출신처럼 보이길 원했던 그들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물론 이들은 전체 청년 세대의 극히 일부였지만, 워낙 눈에 띄는 소비 행태와 삶의 방식 덕분에 언론은 ‘오렌지족’을 마치 90년대의 표본처럼 집중 조명했다. 그 결과 일반 대중은 이들을 동경과 동시에 경계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에 따른 ‘낑깡족’ 또는 ‘깽족’처럼 오렌지족을 모방하려는 하위 계층도 생겨났다. 이는 곧 당대의 빈부격차와 계층 갈등을 상징하는 문화 현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당시 사회가 본 ‘오렌지족’의 그림자

오렌지족의 등장은 단순한 유행이나 부의 과시로만 볼 수 없다. 이는 본격적인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던 90년대 초 한국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1980년대 후반 3저호황과 부동산 급등, 그리고 경제 자유화의 흐름 속에서 벼락부자들이 나타났고, 그들의 자녀들이 곧 오렌지족이 되었다. 이들은 부모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유흥 문화, 자유로운 연애, 해외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첫 세대였다.

하지만 당시에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젊은이의 자유로운 소비 문화를 긍정적으로 본 시각도 있었지만, 많은 언론과 중장년층은 이들을 방탕하고 무절제한 세대라며 비판했다. 심지어는 일부 나이트클럽이나 놀이공원에서 ‘수입 오렌지족 출입 금지’라는 공지가 붙기도 했을 정도다. 그만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고, 이는 곧 오렌지족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30년 후,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시간은 흘러, 당시 20대였던 오렌지족들은 어느새 5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 많은 이들이 “그들은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지금은 건물주나 회사 대표가 되어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90년대 초 경제 호황기와 부동산 붐의 수혜를 입은 부모 세대의 자산이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면서, 상당수는 여전히 상류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일부는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많다. 과도한 소비 습관이 현실과 괴리를 만들었고, 부모의 몰락은 곧 자녀의 추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잘나가던 오렌지족 중에는 마약, 사기, 방탕한 삶으로 사회적으로 추락한 경우도 있으며, 이는 ‘지존파’ 같은 사건과도 어느 정도 연결 고리가 있다. 요컨대, 오렌지족이라는 문화는 부의 혜택을 누린 동시에 그것에 무너지기도 한 양면성을 가진 세대였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오렌지족

지금도 우리는 새로운 오렌지족을 본다. 인스타그램 속 럭셔리 라이프를 자랑하는 청담동 MZ세대, 부모의 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금수저들. 그들은 또 다른 ‘디지털 오렌지족’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그들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는 직접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유행은 돌고 돌며, 세대는 항상 그들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의 패션과 말투, 낭만과 무절제함까지. 오렌지족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의 거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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